청산도로 떠나다

2007.09.02 19:34

한바다 조회 수:1886 추천: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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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여헹] 푸르고 아늑한 청산도로 떠나다






























푸르고 아늑한 청산도로 떠나다
봄의 왈츠>는 시청률도 스타도 아무 것도 남기지 못했지만 그 배경지였던 청산도라는 아름다운 섬을 남겼다. 어디를 둘러보아도 초록과 노랑, 파랑 세 가지 색깔이 흩뿌려져 있는 섬. 완도에 속해 있는 작은 섬인 청산도는 이제 나에게 가장 아름다운 섬으로 기억되었다.















푸르고 아늑한 청산도
일요일 아침, 버스가 출발한 것은 10시였다. 달리고, 또 달리고 내리 5시간 30분을 달려 내린 완도 터미널. 여객 터미널에서 배를 타고 다시 40분을 더 가서야 드디어 청산도에 내렸다. 선착장에 도착해 언뜻 본 섬의 풍경은 이전에 본 섬과는 느낌이 달랐다. 울릉도는 배에서 내리자마자 민박 손님을 잡으려는 주민들이 나이트 호객맨을 방불케 할 정도로 극성이었는데 세상에, 청산도는 아무도 없었으며 관광안내문이 없었으면 택시도 민박집도 못 잡을 뻔했다. 청산도는 섬 전체에 택시가 4대(!)밖에 없다. 버스는 달랑 한 대. 객실이 많은 곳이 깨끗하겠지 싶어 한바다민박으로 가려 했으나 이미 만원, 그 집의 소개로 모래등민박으로 갔다. ‘방값을 깎아야지’ 맘먹고 딱 한 마디 꺼내자마자 주인 할아버지는 “그려. 그렇게 혀”. 아, 민박집 할머니, 할아버지 두 분은 이번 여행의 가장 큰 컨트리뷰터시다. 두 분의 인심만큼이나 청산도는 아직 때가 묻지 않았다. 선착장 주변이 아니면 음료수 살 슈퍼도 없다. 아무 정보도 없이 온 일행은 해가 지자 할 일이 없어졌다. 그러나 여기까지 와서 그냥 잘 수는 없지, 할머니가 끓여주신 홍합미역국에 밥 한 그릇 뚝딱 먹고 김계란말이에 맥주 한 잔씩. 개구리 소리와 하늘 가득 쏟아진 별빛, 해송에 스치는 밤바람과 파도 소리는 덤으로 따라온 안주다. 뭐, 뻔하지 않겠는가, 연애사와 그냥저냥 사는 언저리 이야기. 그렇게 여행의 첫날 밤은 지나간다.


눈을 뜨니 에메랄드빛 바다가 펼쳐졌다
눈을 뜨니 어젯밤에 보았던 밤바다와는 다른 에메랄드빛 바다가 펼쳐졌다. 이상하게도 바닷가 특유의 비린내도 전혀 없고, 길가에는 그 흔한 하드 봉지 하나 떨어져 있지 않다. 하긴, 하드 사 먹을 어린 아이도 그다지 눈에 띄지 않는다. 대신 군데군데 놓인 것은 유채꽃. 누군가 발자국마다 씨를 뿌린 것처럼 여기저기 제 마음대로 피어 있다. 그냥 잠자코 있으면 좋으련만 관광가이드 역할을 하는 택시기사는 말하는 족족 <봄의 왈츠> 이야기다. 예컨대 “여기는 12회에서 수호와 은영이가 앉아 있던 숲입니다”라는 식이다. 굳이 따지자면 청산도는 반농반어, 농사와 고기잡이를 50% 비율로 하는 섬이기 때문에 섬 안에 논과 밭도 많은 편이다. 그래서 한 시간 남짓 섬을 돌면서 눈에 들어오는 풍광은 푸르른 보리밭과 짙은 초록의 마늘밭, 그리고 모내기를 하기 위해 물을 댄 논과 무수한 돌담들이다. “일본과도 가까워 옛날에는 왜구의 침입이 많았다고 합니다.” 갑자기 기사 아저씨의 해설이 TV 드라마에서 역사 스페셜로 바뀐다. 잠깐 차를 멈추고 진산 마을을 거닐어본다. 아직도 이렇게 외양간이 많은 시골 마을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소를 키우는 집이 많다. 올망졸망한 돌로 쌓은 돌담과 이른 아침부터 밭일을 하는 할머니, 크게 붓글씨로 써놓은 ‘담배가게’에 아무리 문을 두드려보지만 주인은 밭에 일 나가고 없다. 돌담엔 담쟁이 덩굴만이 반짝반짝. 완도로 오는 길목 강진에 생가가 있는 시인 김영랑이 생각난다. ‘돌담에 속삭이는 햇발같이, 풀 아래 웃음 짓는 샘물같이 내 마음 고요히 고운 봄길 위에 오늘 하루 하늘을 우러르고 싶다.’ 이 풍경을 보면 그런 시가 나올 수밖에 없겠다. 소 사료용이라는 보리는 푸른빛이 절정이고, 군락을 이루는 소나무는 바다 한편 어느새 짙은 그늘을 만들고 있다. 봄은 여기 와 있고, 좀 있으면 바닷가 마을엔 여름이 오겠지. 포구를 따라 구불구불한 마을 어귀를 걷다가 다시 차를 타고 청룡공원을 향했다. 커다란 느티나무 아래 원두막 같은 작은 의자. 같은 배로 온 듯한 스물대여섯 정도 된 여자 관광객 무리는 서로 번갈아가며 앉아 사진을 찍는다. 그 주변엔 자운영이라는 예쁜 들꽃이 마치 누가 심어놓기라도 한 양 가득 피어 있다. 흙을 밟아보고 들꽃을 보고 시야에 이렇게 초록색이 가득 들어왔던 적이 언제였던가.

청산도는 <봄의 왈츠> 이전에 영화 <서편제>를 촬영한 곳이기도 하다. 그때 만들어놓은 초가집 세트도 있고, <봄의 왈츠> 촬영용 유럽풍 주택이 있는 삼거리는 <서편제>에서 주인공 세 명이 신명나게 노래를 하며 춤추던 그곳이다. 지금은 한쪽은 청보리밭, 반대편은 유채꽃이 있다. 그 아래로는 계단식 논과 빨갛고 파란 지붕의 집이 펼쳐지고 마치 ‘여기가 한국의 산토리니요’라는 듯 저마다의 색을 뽐낸다. 우리 일행은 각자의 카메라를 들고 여기저기 다니며 셔터를 누르기 바빴다. “어머, 포토그래퍼가 들이대는 그대로 따라 찍어봐야지”라며 똑같이 앵글을 잡아보지만 어디 그 사진이 같을까.
지나가는 경운기를 세워 히치하이킹을 하고 선착장 있는 곳까지 내려간다. 청산도는 히치하이킹도 쉽다. ‘할아버지’까지만 말해도 그냥 타라고 손짓을 하신다. 경운기 히치하이킹을 하는 여행객은 우리 말고도 제법 많았다. 선착장 근처 횟집에 들어가서 소라 한 접시를 시켰지만 반 이상 남겼다. 일행 모두 회를 잘 못 먹는 非바닷가 출신이기 때문이다. 어쩌면 우리는 너무 깨끗한 물에는 못 사는 도시의 2급수어들인지도 모르겠다. 대신 근처 슈퍼에서 ‘자갈치’ 과자를 사먹었지 뭔가.
청산도는 아기자기하고 순진하며 예쁜 섬이다. 노랗게 푸르게 너울대며 그 향기를 내뿜는다. 이곳도 분명 섬 주민들에게는 일상의 공간인데 이렇게 평화로울 수가 있을까. 지나가는 염소가 까꿍 하고, 비린내도 없이 깨끗한 바로 코앞 바다에서 숭어가 팔딱팔딱 뛰며, 민박집 할머니는 안주값을 너무 많이 받았다며 다음날 한사코 돌려주는 아일랜드. 감히 웰빙이라는 세속의 때가 묻은 말을 꺼내지도 못할 만큼 순수한, 더 머무르고 싶은 포근한 섬이다.





교통 승용차 | 서해안고속도로 → 목포IC에서 국도로 1시간 30분 → 완도 주유비 약 12만원 승용차 배 승선시 왕복 4만5천원 서울 센트럴시티 터미널 고속버스(08:20, 10:00,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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