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꽃은 대개 무성한 이파리 사이에서 화사하게 꽃을 피웁니다. 그러나 한여름에 일찌감치 이파리가 다 지고 난 뒤에 꽃을 피우는 식물이 있습니다. 바로 사진에 있는 꽃, 상사화입니다. 봄이면 무성하게 이파리가 올라왔다가 여름이 되면 그 이파리가 다 없어지고 그 자리에 연두빛 꽃대가 불쑥 올라와 연분홍꽃을 피웁니다. 그러니 잎과 꽃은 절대 서로 만날 수 없는 운명인 셈이죠. 상사화란 이름도 절대 만날 수 없는 꽃과 잎이 서로를 그리워한다 하여 붙은 이름입니다.
상사화에는 슬픈 전설이 전해옵니다. 아주 오랜 옛날에 하늘나라에 아주 착하고 예쁜 남매가 살고 있었는데 이 남매가 그만 사랑에 빠지고 말았답니다. 절대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이었죠. 그러자 하늘님이 두 남매를 상사화의 꽃과 잎으로 환생시켰다고 합니다. 두 남매는 한 뿌리의 꽃과 잎이니 늘 함께 있으리라 생각하고 뛸 듯이 기뻐했지만 그 기쁨은 곧 절망으로 바뀌고 말았습니다. 봄에 잎으로 환생한 남동생이 세상에서 사라지면 그때야 꽃으로 환생한 누이가 세상에 나와 둘은 한 뿌리에서 올라오지만 영영 볼 수 없는 운명이 되고 말았던 거죠. 결국 두 남매는 아주 가혹한 벌을 받은 것이죠.
요즘 이 상사화가 한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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