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안의 기적 (펌)

2007.12.21 21:05

한바다 조회 수:2788 추천: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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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원봉사손길로 만드는 '태안의 기적'




'검은 재앙'이라고 불리는 사상 최악의 선박 기름 유출사고가 일어난 태안은 주말에도 자원봉사자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지역주민부터, 군인, 회사원, 청소년, 가족단위 등 많은 사람이 방제작업에 함께 했다.


수능마친 고3 청소년 태안방문, 방제작업 동참

수능을 마친 청소년을 대상으로 사회체험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는 (사)청소년문화예술센터에서도 20여명의 고3, 대학생이 16일 태안을 방문했다.







▲원유유출사고로 온통 검은 기름으로 뒤덮인 태안, 주말에도 자원봉사자들의 구원의 손길이 이어지고 있었다.  
인터넷뉴스 바이러스


어슴푸레한 새벽, 해도 뜨기 전에 서울을 출발해 오전 9시30분 경 태안에 도착하자마자 일행을 맞은 것은 코를 찌르는 역한 기름냄새였다.


제법 쌀쌀한 바닷바람에 몸이 움츠러들었지만, 한시라도 빨리 원유제거작업에 동참해야 겠다는 생각에 부산하게 움직였다. 작업에 앞서 방제복과 마스크, 면·고무장갑, 장화 등 장비를 보급받았다. 녹색천막 한쪽에 마련된 물품보급소에서는 물량이 달리는 관계로 미리 신청한 명단과 갯수를 확인해 나눠줬다. 그중 장화는 사이즈도 모두 제각각이어서, 대충 작지 않은 것을 골라 신고 반드시 반납해야 한다. 한편 흡착포도 부족해서 자원봉사자들이 기증한 헌옷가지나 재활용 현수막이 담긴 봉지 몇묶음 건네받았다.


방제복을 두툼하게 껴입고 바닷가로 나가자 이미 도착한 자원봉사자들이 흡착포를 이용해 바위에 묻은 원유찌꺼기를 제거하고 있었다. 한 쪽에서는 삽을 이용해 기름 묻은 모래를 퍼내어 포대에 담고 있었다. 얼핏 보기에 그 숫자는 많지 않았다. 주말동안 태안을 찾은 봉사자 수는 전국적으로 5만여명이라고 하지만, 이곳 충남 태안군 의항2리 십리포 해수욕장은 만리포 해수욕장에 비해 규모가 작고 인적이 드물어 구조의 손길도 턱없이 부족한 편이다.







▲방제복을 차려입은 자원봉사자들이 갯바위에 있는 기름을 손으로 일일히 덜어내는 작업을 하고 있다.  
ⓒ 터넷뉴스 바이러스


처음에는 바닷가에 들어가 돌 닦는 작업을 했다. 모래사장 근처라서 그런지 바위에 묻은 기름의 양이 많지 않았다. 일부에서는 "그동안 제거작업을 해서 그런지 생각보다 깨끗하네", "이거 닦이는 것인지, 아닌지 잘 모르겠어"라고 푸념을 할 정도였다. 하지만 적은양이라도 바다 생태계에는 심각한 위험을 초래한다는 생각에 아예 엉덩이를 깔고 앉아 하나하나 차분하게 돌을 닦기 시작했다. 일행중에는 흥얼흥얼 노래를 부르는 청소년도 있었고, 서로 수다도 떨면서 작업을 이어갔다. 


한 30분 쯤 지났을까? 저 멀리 방파제 둑에서 이쪽을 향해 외치는 소리가 들렸다. "모래사장은 별로 안 심각하니깐 그만 닦고 이쪽으로 와주세요!" 처음에는 무슨영문인지 몰랐지만, 다급한 손짓에 바로 자리를 옮겼다.


갯바위에 뒤덮인 원유 손으로 일일히 걷어내  

도착한 곳은 이전과 딴세상이었다. 바위색깔부터가 확연히 달랐다. 얼핏 보기에도 기름이 많이 묻어있는게 눈에 띌정도로 새까맸다. 또 바위가 산을 따라 쭉 드러선 해안가에는 사람들이 인간띠를 형성하고 원유가 담긴 양동이를 열심히 옮기고 있었다. 수천 명은 더 됨직한 그 줄을 따라 계속 들어가 보니 안쪽에서는 바가지와 쓰레받기, 맨손으로 바위 뜸뜸히 쌓인 원유를 퍼나르고 나머지는 통을 밖으로 전달하고 있었다.   







▲돌을 하나 들춰낼수록 기름이 흥건하게 흘러나와 손으로 파내는 작업은 계속됐다.  
ⓒ 인터넷뉴스 바이러스


상황은 정말 심각했다. 갯바위 틈새로 적게는 2~3cm, 깊게는 30cm가 넘을 정도로 기름이 쌓여 있었다. 겉으로 보기에는 녹인 초콜릿 원액이 잔뜩 묻어있는 것 같았다. 주위의 자원봉사자들은 "진짜 심각하다", "어떻게 해"라는 말을 쉴새없이 터트리며 작업에 열을 다했다. 파내도 파내도 정말 끝이 없었다. 1평 남짓한 공간도 돌덩이를 드러내면 또다시 질퍽하게 흘러나오는 기름을 보면서 한숨이 절로 나왔다. 과연 이곳이 바다였나 싶을 정도로 물은 기름에 덮혀 찾아보기 힘들었다. 더욱이 자갈밭 깊숙이 스며든 기름이 밀물과 썰물이 반복될 때 또다시 새어나온다고 하니 수백, 수천명의 일손으로도 어림없겠단 생각이 들었다. 


한 1시간 30분~2시간쯤 작업을 하니, 점심식사를 하라는 방송이 들려왔다. 학교에서든, 회사에서는 평소 같았으면 점심시간이 되면 누가 먼저날것도 없이 식당으로 향할텐데 이날만큼은 모두들 발검을 쉽사리 옮기지 못했다. 특히 고된 작업이 익숙지 않은 청소년들은 오랫동안 허리한번 제대로 펴보지 못하고 원유제거작업을 계속 한 턱에 허리도 아프고 기름냄새에 머리도 어지러울텐데 "이걸 두고 어떻게 나가요", "흐름이 끊길 것 같은데 계속하면 안되요?" 라며 안타까워했다.


그러나 밀물 전까지 일을 효율적으로 하려면 점심식사를 빨리 마치고, 오후시간을 잘 활용해야 했다. 점심식사는 시민단체나 자원봉사 나온 회사 등에서 밥과 라면 등 간식을 제공했다. 급식도 봉사로 이뤄지고 있어 배급이 어렵다는 뉴스를 보고 모두들 도시락을 준비해왔지만, 따뜻한 국물이라도 먹으라는 배려에 맛있는 점심식사를 할 수 있었다. 이날 반찬은 제육감자볶음, 마늘쫑, 파김치, 쇠고기무국, 김 등이었고 간식으로는 빵과 우유가 나왔다.  







▲밀물이 들어오기 전에 기름 한통이라도 더 퍼내기 위한 봉사자들의 손길이 분주하다.  
ⓒ 인터넷뉴스 바이러스


자원봉사자의 손길로 태안에서도 기적을 만들자

모래바닥에 질펀하게 앉아 끼니를 떼우고 나서 다시 바다로 향했다. 해안선을 따라 늘어선 인간띠 행렬은 여전했다. 오후에는 3시쯤 밀물이 들어와 이후에는 작업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2~3시간 안에 끝내야 해서 자원봉사자들의 손놀림이 더욱 바빠졌다.  


사람들의 손이 닿지 않은 깊숙한 곳은 초콜릿 시럽을 뿌린것처럼 바위에 원유가 걸쭉하게 뒤덥혀 있었다. 손으로 몇번만 퍼남으면 양동이가 꽉 찰정도로 심각했다. '먹을수라도 있다면', '이 기름을 다시 사용할 수 있다면' 덜 아까울텐데 하는 마음이 계속 들었다.

하지만 자원봉사자들은 누가 시키지 않아도 제 일처럼 쉴틈없이 일을 했고, 기름통을 나르는 행렬에서도 '으쌰' 소리를 내면서 사력을 다했다.

작업을 마친 임수연(고3)양은 "부모님이 너 한명 간다고 무슨 도움이 되겠냐고 하셨지만, 작은 도움이라도 되고자 왔는데 참 보람 있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성인봉(고3)군도 "알바를 할까, 봉사활동을 올까 많이 갈등했는데 이런 경험하기 어려울 것 같아서 마음먹고 왔는데 잘 한 것 같다"며 "기회가 되면 또 와서 방제작업을 돕고 싶다"고 말했다.     







▲추운날씨에 처음 해보는 방제작업이 힘들었지만, 태안 주민들을 도울 수 있다는 마음에 행복한 미소를 짓는 청소년들.  
ⓒ 인터넷뉴스 바이러스
     
최근 '일본 나홋카호 중유유출사고'가 언론보도를 통해 알려지면서 사람들이 힘을 합치면 '서해안을 살릴 수 있다'는 희망이 생겼다. 1997년 1월 2일 러시아 선적 나홋카호가 후쿠이현 앞바다에서 두 동강 나면서 드럼통 3만개 분량의 난방유가 후쿠이, 이시카와, 아키타현 등 무려 9개 현으로 퍼졌다. 당시 일본 정부와 전문가들은 향후 5년동안 바다를 살릴 수 없다고 낙담했다. 하지만 소식을 접한 국민 30만명이 전국 각지에서 몰려들어 양동이와 국자로 중유를 퍼내며 사고난지 2개월 반만에 기적적으로 바다를 되살렸다.


태안에서도 이 같은 기적은 충분히 일어날 수 있다. 2007년 연말을 각종 송년회에 술로 지새우기 보단 태안 주민을 위해 우리의 깨끗한 바다를 위해 피해복구에 동참하는 것을 어떨까? 또한 따뜻한 구조의 손길이 끊이지 않도록 정부에서도 물품과 식량 지원등의 대책을 적극적으로 마련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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